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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 끝에 욕구를 두면 가는 길이 멀다. 하지만 오늘따라 주변이 잘 보인다. 그러다 발 바닥 감각에 신경이 쏠린다. 진동은 어느새 시작되어 있었고 잦아들었다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잦아든 지 꽤 지난 후였다. 하찮다 불리는 생명을 하찮게 죽였음을 깨달은 것은 더 지난 후였다. 발바닥에서 느껴진 하찮지만 강렬했고 그러다 하찮지 않게 사그러들어버린 그 진동은 그 생명의 무의미를 위로하는 것일까 반박하는 것일까.